미얀마는 이제 우기가 시작되었다..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 경우도 있고
몇시간마다 한번씩 엄청난 양의 스콜이 오기도 한다. 우기때가 되면 볼려고 모아 두었던 드라마중 눈에 들어온..
공부의 신.. 왠지 제목이 끌린다.
주말 3일동안 다보고 나니 여러가지 생각이 떠올라 한글 적어본다.
드라마를 보면서 계속... 왜 나는 저런 선생님을 고등학교때 만나지 못했을까? 라는 질문의 시작으로 내가 그런 선생님을 찿아보기나 했어? 공부에 흥미를 가졌어? 뭐 이런 생각이 슥슥 지나간다.
내가 생각해도 공부를 진짜 안하긴 안했다. 컴퓨터만 죽어라고 하고 컴퓨터만 잘하면 다른건 필요없다는 단방향의 생각만 했던거 같다 . 빌게이츠도 그랬고 스티브잡스도 그랬고 아무튼 그때의 나는 오만과 독선속에서 그렇게 지구가 나를 중심을 돌고 있다고 생각했던거 같다.
아무튼 이 드라마를 보며 감동적이 부분도 몇군데 있었지만, 일류대학을 가는것이 성공의 첫단추라는 그말.. 맞는 말이지만 그냥 서글프다.
주인공 각자가 공부라는 벽을 깨기위해서 5명 모두 특별한 동기가 있었고.. 동기 부여가 적절히 조화되고 중간중간 극적인 반전과 복선도 있었고.. 나름 재미있었다.
현정이가 이뿌다고 가을이에게 말하니 그아이가 티아라의 멤버라고 알려주었다. 14부보다가 알았다ㅎㅎ (가을이는 티아라 나는 카라의 왕팬이다 니콜짱...)
지금 기억에 남는건 국어선생님의 중간중간 의미심장한 대사들이었다..
- 외로움의 크기와 하이힐의 높이는 비례한다고 하죠
- 누군가를 이해한다고 느꼈을때 이별이란 놈이 문밖에 서성대고 있죠.
- 또 덫에 걸리고 말았군요 정이란 잰장맞을. 내가 그립다고 전화나 이메일따윈 하지 마세요 깔끔하게 세이굿바이...
뭔가 인생을 살아본 사람의 심도깊은 말인거 같기도 하다. ㅎㅎㅎ
미얀마에 대해 아주 적은 지식만 가지고 입국한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입국하고 현지어 교육을 받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이 나라의 말과 이 나라의 문화와 이 나라 사람들을 어렴풋이 알아가던중 이기웅 단원이 1월 30일 저녁, 2년 2개월의 협력요원 생활을 끝내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난 겨우 한 달을 미얀마에서 지냈는데 벌써 미얀마를 떠나가는 사람이 있다니. 알 수 없는 이질감이라고 할까? 약간 혼란한 생각이 스쳐간다.
그 사람은 2년 넘는 시간을 미얀마에서 지내면서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기분 이었을까? 라는 궁금증이 생기게 된다. 다른 사람을 먼저 떠나보낼 때 나와 같은 혼란감을 느꼈을까? 라는 의문도 생긴다.
그가 양킨센타 5층 엘리베이터를 에서 누굴 기다리고 있던 모습을 난 옆에서 슬쩍 훔쳐보았다. 2년 넘게 살았을 이 아파트의 모양을 눈을 감고 생각했을 때 그대로 그려낼 수 있을 듯한 눈으로 뚜러지게 주시하고 있던 모습. 아마 그도 지난 2년의 기억들이(좋은 기억이었든 나쁜 기억이었든) 머릿속에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지나가고 서운함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기분을 느꼈을 것이라 상상해 본다.
난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에 어떤 기분이 들까? 물론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느끼는 서운함과 아쉬움이라는 두 단어를 쓰겠지만, 2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표현하기엔 조금 밋밋하다. 좀 더 의미 있고 함축적인 단어를 찾아보고 싶다. 지금은 생각하기엔 이른듯하다 겨우 한달 이 나라에 살아보고 어떻게 말 할수 있겠나.
어느새 삼십대 중반쯤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는 나에게 코이카 해외 봉사 지원은 주위 모든 친구, 선배, 후배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들은 나를 부러워하면서도(자신은 그런 결정을 하지 못한 대리만족일까?)인생설계없이 그저 도망치거나 숨어버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내 인생 설계중 코이카 해외 봉사가 예전부터 존재했던 건 아니다. 8년간의 사회생활이 나를 지치게 한 것도 있었지만, 한발 더 나갈 수 있도록 잠시 인생 숨고르기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듯해서라고 허울 좋은 명목을 붙여본다.
그 숨고르기 시간을 미얀마라는 이 나라에서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그 숨고르기 시간에 같이해 주는 나의 동료와 미얀마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그 숨고르기 시간의 결정에 한 번의 반대도 하지 않고 존중해주신 나의 부모님께 감사를 드린다.
오늘 서울로 올라오는 KTX에서 읽었다.
아버지가 봉하마을에 갔다 오시면서 직접 사오신 책...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나에게 경제적인 무지함에 충격을 주고, 성공과 좌절이 나에게 정치적인 무지함에 충격을 준다.
사회생활을 한지 10년이 지났지만 그동안에 난 무슨생각을 하면서 살아왔는지.. 뭘 위해 살아왔는지...모르겠다.
앞으로 2년간 좀 더 생각 해봐야겠다..
책을 다 읽고 나서 한줄 독서평은 그냥 충격 그 자체이다.
내가 세계 경제를 이해하는 수준이 정말 보잘것 없구나 라고 느낀다.
오랜만에 책에 볼펜으로 낙서하면서 봤다.
엄청난 양의 참고 문헌과 저자의 냉철하고 현실에 기초한 통계자료에 의한 주장에 수긍할수 밖에 없다.
기억에 남는 글귀들..
세계경제의 사악한 삼총사 WTO, IMF, 세계은행
사다리 걷어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