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 대해 아주 적은 지식만 가지고 입국한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입국하고 현지어 교육을 받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이 나라의 말과 이 나라의 문화와 이 나라 사람들을 어렴풋이 알아가던중 이기웅 단원이 1월 30일 저녁, 2년 2개월의 협력요원 생활을 끝내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난 겨우 한 달을 미얀마에서 지냈는데 벌써 미얀마를 떠나가는 사람이 있다니. 알 수 없는 이질감이라고 할까? 약간 혼란한 생각이 스쳐간다.


그 사람은 2년 넘는 시간을 미얀마에서 지내면서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기분 이었을까? 라는 궁금증이 생기게 된다. 다른 사람을 먼저 떠나보낼 때 나와 같은 혼란감을 느꼈을까? 라는 의문도 생긴다.


그가 양킨센타 5층 엘리베이터를 에서 누굴 기다리고 있던 모습을 난 옆에서 슬쩍 훔쳐보았다. 2년 넘게 살았을 이 아파트의 모양을 눈을 감고 생각했을 때 그대로 그려낼 수 있을 듯한 눈으로 뚜러지게 주시하고 있던 모습. 아마 그도 지난 2년의 기억들이(좋은 기억이었든 나쁜 기억이었든) 머릿속에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지나가고 서운함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기분을 느꼈을 것이라 상상해 본다.


난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에 어떤 기분이 들까? 물론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느끼는 서운함과 아쉬움이라는 두 단어를 쓰겠지만, 2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표현하기엔 조금 밋밋하다. 좀 더 의미 있고 함축적인 단어를 찾아보고 싶다. 지금은 생각하기엔 이른듯하다 겨우 한달 이 나라에 살아보고 어떻게 말 할수 있겠나.


어느새 삼십대 중반쯤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는 나에게 코이카 해외 봉사 지원은 주위 모든 친구, 선배, 후배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들은 나를 부러워하면서도(자신은 그런 결정을 하지 못한 대리만족일까?)인생설계없이 그저 도망치거나 숨어버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내 인생 설계중 코이카 해외 봉사가 예전부터 존재했던 건 아니다. 8년간의 사회생활이 나를 지치게 한 것도 있었지만, 한발 더 나갈 수 있도록 잠시 인생 숨고르기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듯해서라고 허울 좋은 명목을 붙여본다.


그 숨고르기 시간을 미얀마라는 이 나라에서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그 숨고르기 시간에 같이해 주는 나의 동료와 미얀마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그 숨고르기 시간의 결정에 한 번의 반대도 하지 않고 존중해주신 나의 부모님께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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